감각과 데이터로 증명해 낸 야간노동의 해악

비평 대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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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쿠팡 지옥도 체험기 |
게시/방송일 | 2025년 12월 18일 ~ 2025년 12월 30일 |
기자 | 류석우 |
언론사 | 한겨레 (한겨레21) |
유형 | ✅ 보도 🟩 사설/칼럼 |
원문 | |
요약
쿠팡의 '혁신' 이면에 존재하는 노동 문제 ( 산재와 과로 등 ) 를 연속적인 기획보도로 조명하며, 다양한 접근을 통해 문제의식을 독자들에게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음. 단신 기사였다면 마주쳤을 문제점들을 기획 기사라는 형식을 통해 효과적으로 풀어냄.
상세
심야배송 7일, 신체 변화 측정했더니… 수면·혈압 등 온갖 데이터에 경보
김 교수는 기자가 2주간 심야·주간 택배기사로 일하며 기록한 생체신호는 한 가지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심야노동은 수면을 흔들고, 회복을 방해하며, 생체시계를 뒤틀어 장기적인 건강위험을 높인다. 반대로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기본 리듬만 회복해도 몸은 놀랄 정도로 빠르게 안정된다. 즉, ‘피곤하다’는 느낌 뒤에는 실제로 수면·혈압·체온·신경계가 모두 뒤틀린 몸의 기록이 있었던 셈이다.
10시간 쉬지 않고 계단 뛰었다… 죽음의 새벽배송 “쓰러지기 전까진 ‘그때’를 모른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왔다. 오른발목 안쪽 근육에서 전기에 감전된 듯 찌릿한 감각이 올라왔다. 곧 시큰거리는 통증이 시작됐다. ‘고작 5일 일했을 뿐인데 벌써…’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몸은 이미 망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땅에서 50㎝ 정도 높이에 있는 1t 트럭 조수석에서 차가 멈출 때마다 튀어나가듯 점프해 오른발로 바닥을 디디는 동작을 닷새 동안 수백 번 반복했기 때문이다. 몸은 더는 버틸 수 없을 때가 돼서야 통증이라는 신호를 준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달았다. 쿠팡 심야배송 5일차, 발목이 고장 났다.
일반적으로 야간 노동이 주간 노동에 비해서 인간의 신체리듬을 흔들고, 장기간 노출시 만성적인 악영향을 남기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독자들은 실제로 쿠팡 노동자들이 처한 지속적 야간 노동을 직접 경험한 적이 없으며, 그에 따라 '악영향'을 실질적으로 체험해본 적 역시 없을 것이다. 한편, 야간 노동을 이어온 독자라 할지라도, 주관적인 피로의 느낌이 어떻게 신체를 손상시키는 것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인지했던 적은 많지 않다. 또한, 야간 노동에 대한 사회적 논의 속에서, 데이터로 다뤄지는 야간 노동의 해악성은 독자의 감각의 영역에 와닿지 않는다. 기사는 이러한 양자의 한계점을 동시에 뛰어넘고 있다. 기자는 실제로 자신의 신체 리듬을 측정하는 기기를 착용한 채 쿠팡의 야간 노동을 수행했다. 노동 속에서 직접 느꼈던 육체적 피로와 고통, 정신적 압박을 감각과 주관의 언어로서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달하면서, 뒤이은 기사에서 수치와 데이터를 통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이성의 언어로 야간 노동의 해악에 대한 객관적 정당성을 확보하였다. 이를 통해서 쿠팡의 혁신 뒤에 가려졌던 노동의 문제를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심야배송은 수십년 연구로 축적된 확인된 위험”
ㅡ현재 국회 주도로 노동계와 기업이 참여하는 ‘제3차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가 운영되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은.
“장시간노동·야간노동 규제와 표준 수수료 체계를 반드시 함께 논의해야 한다. 현재 택배노동의 장시간·고정 야간노동과 과도한 노동강도는 단순히 ‘업무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수수료 체계가 노동시간을 늘리고 위험한 시간대 노동을 사실상 유도하는 구조와 연결됐기 때문이다. 수수료가 낮으면 기사들이 더 많이, 더 늦게까지 일해야 수입이 맞춰지는 구조가 되면서 과로와 심야노동이 고착화된다. 수수료 인상 자체는 필요하지만, 그 인상이 노동자들에게 더 오래, 더 늦게 일하도록 압력을 만드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적정 시간 내에 적정 수입을 보장하는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ㅡ쿠팡 소속 배송기사들과 면담하고 연구하며 인상 깊었던 점은.
“대다수의 야간배송 기사는 현재 업무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지금의 수입을 다른 일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야간시간대 노동이 초래하는 건강위험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선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야간노동의 건강 영향은 대개 서서히, 누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쿠팡의 야간 고정 노동자들이 지금의 일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그 선택의 결과로 발생하는 위험은 시간이 지나며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죽도록 일하면 정말 일찍 죽는 사회’가 아니라, 누구의 건강과 수명도 소모되지 않는 노동구조를 만드는 것이 사회가 책임져야 할 역할이다.”
쿠팡이 촉발한 새벽배송 논쟁이 그간 우리 사회의 공론장에서 생산적으로 진행되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나의 원인은 '야간 노동의 해악성'에 대하여 '야간 노동의 자발성'을 반대논리로 내세우는 것이었다. 위 기사는 그러한 논리에 대하여 다른 층위의 접근을 소개하고 있다. 야간 노동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의 범주에서 지워내는 접근은, 건강과 수명도 소모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 대한 사회적 책임으로 이어진다. 결국 소모적인 논쟁에 대한 해결책은 단순히 야간 노동에 대한 허용 혹은 금지라는 짧은 답변 대신, 왜 우리 사회엔 건강을 해치면서도 야간 노동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나오는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야간 노동 규제에 대해서도 수수료, 즉 택배 기사의 수입 체계에 대해 함께 접근해야만 구조적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답변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사를 통해 독자는 쿠팡으로 대표되는 야간 노동 문제에 대한 구조적 접근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되며, 우리의 공론장의 수준을 제고하는 효과를 가져온다.